📬 5년 차 마케터, 120번 불합격 끝에 신입 개발자 되다

안녕하세요, 전직한 사람들을 취재하는 인터뷰 매거진 [전직해도 괜찮아] 입니다.

2025. 4. 8.

[ 전ː직 ] 직업이나 직무를 바꾸어 옮김

안녕하세요, 전직한 사람들을 취재하는 인터뷰 매거진 [전직해도 괜찮아] 입니다.

누군가는 반짝이는 호기심으로, 누군가는 절실한 의지로 시작했을 전직의 다양한 계기와 과정을 기록합니다. 살면서 한 번쯤 마주하게 되는 직업의 갈림길 앞에서 고민 중인 분들에게 힌트가 되는 이야기를 전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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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직해도 괜찮아] 프로젝트를 주변에 이야기했을 때, 한 친구가 이 매거진에 꼭 어울리는 사람이라며 최연수님을 강력 추천했어요. 도전을 망설이는 사람들에게 도움이 될 이야기를 들려줄 거라고요.

실제로 만나 본 연수님은 불확실한 길 위를 묵묵히 걸어 끝내 목표에 도달한 사람이었습니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정직한 방식으로 전직을 준비하고, 자신을 단련해온 태도가 인상적이었어요. 1년 6개월의 공부 기간을 버티고, 지원서를 수없이 쓰고 떨어지고. 그럼에도 다시 한번 자신을 믿고 일어서는 반복 속에서 길러진 내공이 느껴졌어요.

실패와 좌절에도 포기하지 않고 무려 124개의 지원서를 써낸 그녀는 과연 어떤 마음, 어떤 전략으로 불확실성을 돌파했을까요? 지금부터 연수님의 전직 이야기를 들어보세요.

Chapter 1. 5년간 마케팅하던 비전공자가 개발자에 도전한 이유
Chapter 2. 결국 해낸 사람은 어떻게 달랐을까?
Chapter 3. 불확실한 시장에서 살아남는 법
Chapter 4. “내 가능성을 계속 시험하고 싶어요”

Chapter 1.

5년간 마케팅하던 비전공자가 개발자에 도전한 이유

Q. 마케팅 일에도 애정을 가지고 계셨던 것 같은데, 왜 그 길로 쭉 성장하지 않고 멈춤을 선택하셨나요?

연수 사실 마케팅이 싫어서 내려놓은 건 아니었어요. 환경적인 요인으로 고민을 많이 했죠. ‘건강한 조직문화는 구성원에게 심리적 안정감을 줄 수 있어야 한다’ 라는 말에 공감하는데, 저에게 그런 초록불이 뜨지 않는 시점이 왔었어요. 사람이 정신적, 신체적 한계에 부딪히면 한 번쯤 내 길을 돌아보게 되잖아요. 저에게는 그때가 전환점이었던 것 같아요. 내가 이 환경을 이겨낼 만큼 이 일을 좋아하나? 여기서 더 딥다이브 해서 일할 수 있을까? 라는 질문에 선뜻 “Yes”라는 대답이 나오지 않더라고요. 고민을 많이 한 끝에 결국 퇴사를 결정하게 됐어요.

Q. 그러다 결국, 개발자라는 직업에 도전하게 된 계기가 있다면요?

연수 제가 경험한 마케터는 ‘요청’하고 ‘전달’하는 역할이 많았어요. 그런데 개발자들과 협업할 때마다 그들이 직접 문제를 해결하고 결과를 만들어내는 모습이 부럽더라고요. 마케팅 일 특성상 눈에 보이지 않는 부분이 많은데, 성격상 그런 모호한 불확실함이 불안했던 것 같아요. 나도 나만의 ‘기술’이 갖고 싶고, 메이커로서 세상에 직접 기여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Q. 그런데 누구나 일하다 보면 힘든 순간이 오잖아요. 이게 일에 대한 단순한 피로감인지, 아니면 정말 ‘이 길이 아니다’라고 확신해도 되는지 판단하기가 어렵더라고요. 연수님은 그걸 어떻게 구분하셨어요?

연수 그런 말 있잖아요. 내가 어떤 사람에게 질투나 부러움을 느끼면, 그게 내가 잘하고 싶은 부분일 것이라는 말이요. 전 직장에서 유능한 분들을 보면서도, 이상하게 부럽지가 않았어요. 그래서 별로 미련이 없었던 것 같아요. 오히려 개발자들이 뚝딱뚝딱 기능을 만들어 화면에 띄우고, 그걸 유저들에게 보여주는 모습이 멋지고 부럽더라고요.

Chapter 2.

결국 해낸 사람은 어떻게 달랐을까?

Q. 새로운 직무로 가기 위해 가장 먼저 했던 실행은 무엇이었나요? 책을 읽거나, 사람을 만났다던지, 어떤 일부터 시작했는지 궁금해요.

연수 퇴사하기 전에 프로그래밍 언어 기초를 독학으로 ‘찍먹’ 해봤어요. 저는 개발자로 전직하고 싶은 분들에게 유튜브 무료 강의라도 틈틈이 들어보고, ‘To do list’ 같은 작은 거라도 직접 만들어보라고 얘기해주고 싶어요. 저도 그렇게 이미지 트레이닝을 하고 ‘이 정도면 해볼 수 있겠다’ 생각이 들어서 퇴사를 결정했거든요. 이게 헛된 꿈인지 아닌지, 진짜 나에게 맞는 건지 체크해보는 게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Q. 철두철미하게 준비하신 것 같은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두렵고 불안한 지점이 있었나요?

연수 제가 마케팅 씬에서 실패했다고 생각했었는데, 그런 내 판단이 맞을까에 대한 확신이 없어서 망설인 기간이 있었어요. ‘실패’라는 생각 자체가 남의 시선을 의식해서 “나는 실패했어” 라고 정의하는 건 아닐까? 사실 아무도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데. 혹은 끝까지 해보지도 않고 두려워서, 나약해서 포기하는 사람으로 보지는 않을까? 하는 생각이요. 결국 남의 시선을 의식한 고민들이었죠.

그래서 개발 공부를 하는 동안 많은 걸 차단했어요. 인스타그램도 끊고, 개발자 커뮤니티 외에는 사람들도 잘 안 만났어요. 그냥 경주마처럼 가야겠다고 생각했고, 내 선택이 옳았다는 걸 스스로에게 증명하고 싶어서 외부적인 시선을 많이 차단했어요.

Q. 전직 과정에서 도움이 됐던 사람이 혹은 커뮤니티가 있었나요?

연수 친한 친구의 역할이 컸어요. 호텔경영학과를 졸업하고 호텔리어를 하다가 개발자가 된 친구인데, 그 친구의 성공 스토리가 저한테는 굉장히 도움이 많이 됐거든요. 친구가 먼저 개발 공부를 제안해 주고, 본인의 경험을 토대로 로드맵을 짜주기도 한 덕분에 두려움을 많이 없앨 수 있었어요.

Q. 우아한테크코스, 코드스테이츠 등 여러 부트캠프에서 개발 공부를 하신 것 같은데, 어떤 방식으로 얼마나 오랜 기간 동안 공부하셨는지 궁금해요. 부트캠프 경험은 얼마나 도움이 되었는지도요.

연수 1월 말에 퇴사를 하고, 2월 초부터 바로 국비 지원 부트캠프(코드스테이츠)를 시작했어요. 최대한 리스크를 낮추고, 다른 생각할 틈 없이 흐름에 몸을 맡길 수 있는 환경에 저를 두고 싶었어요. 그렇게 6개월 동안 캠프를 수료했는데, 사실 6개월 가지고는 취업시장에 나가지 못하겠더라고요. A to Z를 빠르게 훑을 수 있는 장점이 있었지만, 단기간에 너무 많은 걸 배우다 보니까 완벽히 제 것이 되지 않았어요. 마치 아이돌 연습생 같은 느낌이었어요. 최영준 안무가가 연습생들한테 “지금 춤 실력이 데뷔해서도 그대로 간다. 연습 열심히 해라.” 라고 한 걸 본 적 있는데, 저도 마찬가지로 프로 개발자가 되려면 기초 체력을 더 쌓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Q. 이대로 데뷔해도 되나? (웃음)

연수 네, 내가 데뷔해도 되나? (웃음)

그래서 우아한테크코스(이하 우테코)라는 가장 유명한 부트캠프에 도전했는데, 그때가 저에게 슬럼프이자 메타인지를 높여준 계기였어요. 우테코에 가기 위해서는 4주 동안 프리코스를 밟아야 해요. 거기서 1차 합격을 하고 최종 코딩 테스트에서 딱 한 명만 제치면 되는 상황이었는데, 그때 떨어진 거예요. 개발 공부를 시작할 때부터 우테코에 들어가는 게 목표였어서, 탈락하고 나서 슬럼프가 엄청 크게 왔었어요. ‘여기서도 떨어졌는데 취업은 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에 그만둬야 하나 싶기도 했었고요. 하지만 앞서 말한 개발자 친구와 여행을 다녀오고 마음을 다잡게 됐어요. “딱 1년만 채워보라”고 설득해 준 덕분에, 아직 제 가능성을 다 써보지 않았다는 생각을 하게 됐죠. 그만두기엔 너무 멀리 왔다는 생각도 있었고요.

또 그때 절묘한 타이밍에 링크드인에서 메시지를 하나 받았어요. 제 마케팅 이력과 경험들을 눈여겨봤다면서 꽤 괜찮은 회사에서 개발자 채용 연락이 온 거예요. 그때는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아서 지원은 못 했지만, 그 메시지가 동아줄 같은 느낌이었어요. 나를 알아봐 주는 사람이 있구나 하는. 그때부터 내가 왜 개발자가 되고 싶었지? 라는 본질적인 이유를 다시 생각했어요. 메이커가 되고 싶어서 시작했으니 ‘이제는 학습만 하지 말고 뭔가를 만들어보자’는 생각으로 전환했죠. 그 후로 3개월간 제 것을 만들어보는 데 집중했어요.

Q. 어떤 걸 만드셨어요?

연수 고객한테 내보이는 단순 웹서비스는 너무 흔하다고 생각했고, 개발자를 위한 툴을 만들면 좀 더 다양한 고민을 해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그래서 달력 UI 라이브러리(*개발자가 특정 프로젝트에서 달력 기능을 넣고 싶을 때 가져다 쓸 수 있는 도구)를 만들었는데, 그 과정이 너무 재밌더라고요. 실제 출시를 하고 다운로드 수가 늘어나는 걸 보면서 진짜 ‘메이커’로서의 동기부여가 강하게 됐어요. 직접 서비스를 출시하고 유저 피드백을 받아본 게 저에게도 좋은 경험이 됐고, 면접에서도 인상적이었다는 얘기를 들었어요.

직접 만든 달력 라이브러리

Q. 3개월 동안 혼자 서비스를 출시해 본 이후에는, 이제 데뷔해도 되겠다고 생각하신 건가요?

연수 맞아요. 이제 오디션을 보러 가야겠다.

Q. 근데 그 이후에 120군데 넘게 지원하신 거예요?

연수 네, 한 60군데 넘게 낙방을 했는데도 아무 소식이 없는 거예요. 나는 대체 어디서 합격을 할 수 있단 말인가? 라고 생각했죠. 근데 그때 예전 사수분이 “요즘 취업은 주차난이다”라는 말을 해주셨는데, 그게 정말 큰 위로가 됐어요. 주차 자리가 없어서 계속 주차장을 뺑뺑 도는 거랑 같다는 거죠. 자리 났나 해서 들어가 보면, 나는 이만한 SUV인데 경차 자리밖에 없고. 내가 모자라서도, 잘못해서도 아니고, 나에게 맞는 자리가 없는 거구나. 그래서 그냥 ‘좀 더 돌아보자, 자리가 날 때까지 돌아보자’ 라고 마음먹고 그냥 계속 돌았죠.(웃음)

Q. 120군데 지원이 몇 달 안에 있었던 일이죠?

연수 4개월 동안이요.

Q. 와, 쉽지 않으셨겠어요.

연수 100군데 이상 넘어가니까 해탈하게 되더라고요. 언젠간 되겠지, 200군데까지 넣어보자(웃음). 감사하게도 개발 시작할 때 목표가 1년 반 안에 취업하는 거였는데, 딱 1년 반 만에 취업을 했어요.

Chapter 3.

불확실한 시장에서 살아남는 법

Q. 구직 과정에서 마케팅 경력을 어떻게 어필하셨어요?

연수 저는 이력서에 마케팅 경력을 전부 넣지는 않고, 딱 두 가지만 넣었는데요. 일단 내 경험과 경력을 전부 써 본 다음에, 내가 개발자로서 보여주고 싶은 나의 모습을 정하고, 거기서부터 가지를 뻗어나갔어요. 예를 들어 A, B, C 경험 중에서 A 경험은 마케터로서의 비즈니스적인 마인드셋을 보여줄 수 있으니 넣고, B 경험은 개발자와의 협업 경험을 어필할 수 있으니 넣고, 하는 식으로요.

Q. 면접관들은 연수님의 이전 경력을 어떻게 바라보셨는지도 궁금해요.

연수 되게 긍정적이었어요. 지금 회사는 스타트업 근무 경험이 우대사항이었거든요. 팀 빌딩을 이제 막 제대로 하려는 시기였고, 조직문화와 관련된 것들이 이 팀에 부족한 부분이었어요. 저는 초기 스타트업 경험도 있고, 아까 말씀드린 ‘좋은 조직문화의 정의’ 같은 이야기도 하니까, 딱 적합했던 거죠.

Q. 연수님에게 딱 맞는 자리가 난 거네요.

연수 맞아요. 유일한 비전공자이고 아직 코딩을 잘하진 않지만, 그래도 내가 이 팀에 기여할 수 있는 것들을 많이 생각하면서 회사를 다니고 있어요.

Q. 구직 활동을 하면서 개발 실력 외에, 혹은 개발 실력보다 더 중요하다고 느껴진 요소가 있었나요?

연수 회사마다 다르겠지만, 저는 캐릭터라이징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이력서를 보고 이 사람은 어떤 사람이다 라고 딱 눈에 그려지는 거요. 저는 제 캐릭터를 ‘개발자 같지 않은 개발자’로 설정했어요. 흔히 ‘개발자’ 하면 떠올리는 고정관념이 있잖아요. 후드티 뒤집어쓰고, 자기 일만 하고, 뭔가 대화가 잘 안 통하는…(웃음) 근데 개발자도 자기가 만든 제품을 시장에 내놓고 돈을 벌어야 하는 게 가장 큰 목표잖아요. 저는 제가 만드는 제품이 유명해지고 돈을 벌어오면 좋겠거든요. 그래서 제 기록을 통해서, 제가 말하지 않아도 협업 능력이나 비즈니스 감각이 느껴지게끔 하려고 노력했어요.

Q. 특별히 더 힘든 전형 과정도 있었나요?

연수 회사마다 다르지만 서류, 코딩 테스트, 과제 테스트, 면접 등의 과정이 있는데 저는 코딩 테스트보다는 면접에 강점이 있다고 생각해서, 전략적으로 코딩 테스트가 없는 곳으로 많이 지원했어요. 아쉽게도 면접을 두 번밖에 못 가봤지만, 두 면접에서는 다 좋은 결과를 받았어요.

Q. 꾸준히 블로그에 기록을 축적해 오신 것도 대단하다고 느꼈어요. 연수님에게 ‘기록’은 어떤 의미였나요?

연수 준비 기간을 버티게 해준 저의 원동력이에요. 노베이스 상태에서 나를 증명할 수 있는 가장 쉽고 확실한 방법이 저에게는 기록이었거든요. 원래 글쓰기를 좋아하기도 했고요. 전직을 준비하면서는 “경력이 없으면 내가 만들어야지”, “내가 보여주지 않으면 아무도 모른다”는 생각으로 한 달도 빠짐없이 글을 썼어요. 개발 지식을 최대한 쉽게 가공해서 콘텐츠로 만들어보는 연습이 실제로 지식을 내 것으로 만드는 데 도움도 많이 됐고요. 이번 회사 대표님도 면접 전에 제 블로그를 다 읽어보셨더라고요.

Q. 개발자들 중에는 연수님처럼 꾸준히 기록하는 분들이 많지 않은 편인가요?

연수 사실 많아요. 많은데, 어떻게 쓰냐가 다른 것 같아요. 예를 들면 어떤 기능을 개발하다가 막혔다, 구글에 검색해 보니 이랬다, 라고 있는 그대로 서술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저 같은 경우 가독성이나 독자의 입장을 많이 생각하고, SEO(*검색 엔진에서 잘 노출되도록 콘텐츠 구조를 최적화하는 것)까지도 고려해서 쓰는 편이에요. 지난 마케터 경력과 합쳐진 아웃풋이었다고 생각해요.

Q. 추가로, 전직을 고민하면서 ‘나이’나 ‘무경력’ 때문에 주저하는 분들이 많은데요. 실제로 신입 개발자 채용에서는 그런 요소들이 얼마나 영향을 미치나요?

연수 경력이 있으면 물론 좋긴 하지만, 없더라도 해당 직무에 대한 관심과 본인만의 경험을 잘 어필하면 충분히 승산이 있을 거라 생각해요. 저도 신입·경력 둘 다 지원 가능한 포지션에 합격한 경우였고요. 나이는 많이 안 보는 편인 것 같아요. 다른 직군에 비해서는 확실히 자유로운 편이라고 생각해요.

연수님의 what's in my desk

Chapter 4.

“내 가능성을 계속 시험해보고 싶어요”

Q. 출근한 지 이제 5개월이 됐다고 하셨는데, 개발자로서의 일 경험은 어떠세요? 하고 싶었던 일이라도 막상 실제로 취직해 보면 다른 경우도 있잖아요.

연수 즐거울 때도, 그렇지 않을 때도 있지만, 무언가를 만들어내는 과정 자체가 저한테는 가장 만족스러운 부분이에요. 회사 서비스를 통해서 내가 만드는 걸 세상에 내보일 수 있다는 것이 좋아요. 그리고 의료 쪽이 아직은 소프트웨어 기술과 가깝지 않다 보니, 제가 하는 작업들이 의료계에 좋은 영향을 주고 있다는 것도 의미가 있죠. (*연수님은 의료 데이터 처리 관련 분야에서 일하고 있다.)

Q. 문과 중심의 직종에서 일을 하다가 완전히 다른 환경으로 가신 건데, 가장 적응하기 어려웠던 점은 무엇이었나요?

연수 항상 내 실력이 부족하다는 사실을 인지하게 되는 게 괴롭다면 괴로운 부분이에요. 비전공자의 비애랄까, 조선시대 육두품 같은 느낌이 들 때도 있거든요.

Q. 그럼, 전직에 성공한 지금은 이전보다 불안이 사라졌나요?

연수 불안은 여전히 있어요. 말씀드린 제 실력에 대한 부분도 그렇고요. 그치만 사실 누구나, 전공자들도 각자의 불안이 있을 테니까요. 그걸 어떻게 승화시키고 단련하느냐가 중요한 것 같아요. 코딩으로 기여할 수 있는 부분이 적을지라도 저만의 강점을 살려 다른 방식으로 많이 기여하고 싶어요. 배울 수 있는 환경인 것에 감사하고, 동료들에게 많이 배우자고 생각도 하고요. 저는 저보다 부족한 사람들과 일하는 것보다 더 나은 사람들이랑 일하는 게 더 좋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래서 ‘불치하문(不恥下問)’이라는 말을 계속 되새기면서 일을 해요. ‘부끄러움을 무릅쓰고 묻는 걸 두려워하지 말라’는 뜻이에요.

Q. 내공이 느껴지네요. 많은 경험을 통해 터득하신 느낌이에요. 요즘은 “돈 받은 만큼만 일한다”, “행복은 회사 밖에서 찾는다” 같은 흐름도 있잖아요. 전직을 거친 연수님에게 지금 회사, 일은 어떤 의미인지 궁금해요.

연수 예전에는 일이 정말 중요했고, 일에서 저를 많이 찾으려고 했는데, 지금은 제 삶 전체를 보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그때는 가족이나 친구들보다도 일이 먼저였거든요. 요즘은 해외 취업이라는 목표도 생겼다 보니 회사를 제 인생에서 좀 더 작게 바라보려고 해요.

Q. 해외 취업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도 있으신가요?

연수 네, 캐나다로 목적지를 정했고 얼마 전에 사전 답사 겸 여행도 다녀왔어요. 다녀오니까 더 동기부여가 되기도 했고요. 사실 개발을 평생 직업이라고 생각하지는 않거든요. TPM(Technical Project Manager)이나 Technical Writer 등 다른 직무들도 염두에 두고 어요. 마케터일 때는 전문기술이 없으니 해외 취업에 도전할 생각을 못 했는데, 개발자 된 지금은 가능성이 훨씬 넓어졌다는 점이 만족스러워요. 저는 제 가능성을 계속 시험해 보고 싶어요. 그래서 사람들이 말하는 ‘도전’을 계속하게 되는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