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년 동안 4번의 이직, 5가지 직무…유쾌하게 내 길을 찾는 법

안녕하세요, 전직한 사람들을 취재하는 인터뷰 매거진 [전직해도 괜찮아] 입니다.

2025. 4. 29.

[ 전ː직 ] 직업이나 직무를 바꾸어 옮김

안녕하세요, 전직한 사람들을 취재하는 인터뷰 매거진 [전직해도 괜찮아] 입니다.

누군가는 반짝이는 호기심으로, 누군가는 절실한 의지로 시작했을 전직의 다양한 계기와 과정을 기록합니다. 살면서 한 번쯤 마주하게 되는 직업의 갈림길 앞에서 고민 중인 분들에게 힌트가 되는 이야기를 전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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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과생이 사무직 중에 해볼 수 있는 건 거의 다 해보셨네요!” 처음 새영님의 이력을 들었을 때, 제가 했던 말이에요. 첫 직장에서 MD로 시작해 서비스 기획, 콘텐츠 기획, 사업 기획, 퍼포먼스 마케팅까지, 5년 동안 5개 직무를 경험한 분이거든요.

인생에서 ‘재미’가 가장 중요한 가치라는 새영님은 뭐든 직접 부딪혀보는 경험을 통해 자기만의 직관을 키워왔어요. 무조건 오래 다니는 게 좋은 커리어라 여기지 않고, 나에게 맞는 환경을 계속해서 실험해본거죠.

일관되지 않은 커리어가 불안한가요? 오히려 그 안에서 ‘나’를 발견할 수 있을지도 몰라요. 새영님의 유쾌한 인사이트가 담긴 전직 이야기를 지금부터 들어보세요.

Chapter 1. 하다 보니 다섯 번째 직무더라고요
Chapter 2. 생각이 길어지면 행동이 무거워진다
Chapter 3. 직무는 달라도, 일은 결국 비슷해요
Chapter 4. 내가 잘 자라는 환경을 찾아서

Chapter 1.

하다 보니 다섯 번째 직무더라고요

Q. 원래 꿈은 뭐였어요?
새영 고등학생 때까지는 선생님이 되고 싶었어요. 그래서 전공도 국어교육과로 왔는데, 대학교에 와서 넓은 세상을 경험해 보니 다른 일들이 더 해보고 싶어 지더라고요.

대학 시절에는 공연 동아리에서 연출하는 일에 푹 빠져서 지냈어요. 매일매일 10 to 10으로 일할만큼요. 새로 올릴 뮤지컬의 극본을 쓰고, 노래도 만들고, 배우들 연습시키고, 공연 날은 무대 뒤에서 조정하고, A to Z를 다 했어요. 그때 제가 기획하는 일을 좋아한다는 것도 알게 됐고요.

공연 기획에 푹 빠져있던 대학시절

그래서 사람들이 MD가 기획자라고 하길래 “아, 그러면 MD를 해야겠다!”(웃음) 하고 처음에 이커머스 스타트업의 계약직 MD로 들어가서 6개월 동안 일을 했죠. 막상 해보니 저랑 잘 맞지 않는다고 느껴져서 연장 제안을 거절했지만요.

Q. 어떤 부분이 가장 안 맞는다고 느끼셨어요?
새영 저는 물건을 소싱하고, 가격을 조정하고, 판매하는 영업 MD였어요. 그런데 생각지 못하게, 회사 내외부로 인간관계를 얼마나 잘 다루냐가 성과에 큰 영향을 미쳤어요. 결국은 그것까지가 영업 MD에게 필요한 역량이라는 걸 깨달았고, 그 부분이 저랑 안 맞는다고 느꼈어요.

Q. 정규직으로 2년을 일하다가 다시 대기업 인턴으로 입사하신 이력이 독특해요.
새영 그때는 솔직히 말하면 안정적인 직장에 다니길 바라셨던 부모님의 영향도 있었고요. 개인적으로는 작은 회사에 다녀보니 더 많은 사람이 이용하는, 규모가 큰 서비스를 운영해보고 싶다는 갈증이 생겼어요.

Q. 아무리 전환형이라고 해도, 100% 보장되지 않는 자리에 도전하는 건 어렵지 않으셨어요?
새영 맞아요, 주위에서 반대도 많이 했고요. 근데 저는 늘 근자감(근거 없는 자신감)이 있거든요(웃음). 2년 동안 배운 것도 많았고, 동료분들이 늘 잘한다 잘한다 해주셨기 때문에 당연히 전환이 될 거라 생각했어요. 근데 예상 외로 입사해서 인턴 생활이 정말 힘들었죠.

Q. 어떤 점이요?
새영 회사 문화가 이전과 완전히 달랐거든요. 직원들 평균 연령대가 훨씬 높고, 틀이 딱 잡혀 있는 문화였어요. 소규모 스타트업에서는 비슷한 또래 친구들과 자유롭게 업무를 만들어가는 분위기였는데, 여기서는 그런 방식이 튀어보이더라구요. 그래서 내가 여기 어울리지 않는다는 걸 스스로 깨달았던 것 같아요.

얼음 주머니를 머리에 이고 열일하던 날들💦

Q. 그럼 많은 이동 중에 가장 도전적이었던, 혹은 힘들었던 이동은 언제였나요?
새영 대기업 인턴 정규직 전환이 안되고, 다시 스타트업 웹툰 회사에 갔을 때요. 그때가 28, 29살 즈음이었거든요. 다른 친구들은 슬슬 자리를 잡는데, 나는 또 하고 싶은 대로 해도 되나? 라는 생각이 많이 들더라고요. 이제는 오래 다닐 수 있는 안정적인 곳으로 가야 되지 않나.

Q. 그럼에도 또다시 스타트업을 택하신 이유는요?
새영 일관되게 뭔가 새로운 걸 만들어내고 싶다, 기획을 하고 싶다는 욕심이 있었어요. 그래서 더 큰 회사의 MD 직무로도 합격했었는데, 여기가 규모는 작지만 그만큼 내가 원하는 걸 더 해볼 수 있을 거라는 생각에 선택했어요.

근데 오히려 조직이 너무 작아도, 제 의사결정권이 줄어들 수 있다는 걸 알게 됐어요. 규모가 작을수록 C레벨이 모든 의사결정에 직접적으로 관여하는 경우가 많더라고요. ‘아, 내 생각과 또 다르구나’ 했죠.

Q. 비슷한 듯 다 다른 직무를 경험하셨는데, 공통적인 선택의 기준이 있었나요?
새영 이유는 다양했는데, 직전 직장에서 아쉬웠던 점을 개선할 수 있는 곳으로 이동하게 되더라고요. 지금 회사로 오게 된 것도, 이제는 너무 작은 회사보다 시스템이 어느 정도 갖춰진 곳에서 일하고 싶어서였어요.

직무가 매번 달라진 건 일단 제가 생각이 긴 편이 아니에요. 채용 공고를 보고 ‘오, 이전에 했던 일과 연결되겠는데? 이 일을 하면 재밌겠는데? 라는 생각이 들면 지원했어요. 새로운 일이라도 ‘해보면 또 할 수 있겠지’ 하는 식이었어요.

그리고 당시에는 그냥 본능적인 끌림을 따라간건데, 돌이켜보면 저는 뭔가 전통적인 일보다는 트렌디하고, 업계의 최신·최첨단에 서 있는 일들을 좋아하는 것 같아요. 그래서 새로운 걸 빨리빨리 반영하는 문화가 있는 IT 회사에 계속 끌렸던 것 같고요. 라이브 커머스, 웹툰처럼 그때그때 핫한 업계로 이동한 것도 같은 이유예요.

Chapter 2.

생각이 길어지면 행동이 무거워진다

Q. 전반적으로 주변에서 뭐라 하든 내가 끌리는 선택, 하고 싶은 일에 집중해오신 편이네요.
새영 현실적인 생각도 안 했던 건 아니에요. 다시 대기업 지원도 해봤었고요. 스타트업에 다니면서 내 예상대로 흘러가지 않으면 불안하기도 했고요. 근데 그냥 ‘이게 내 인생의 컨셉이다’ 라고 생각하면 편하더라고요. 예를 들어 한 회사에 오래 다녀서 벌써 대리를 단 친구가 있다고 하면, “오, 너는 ‘젊은 대리님’ 컨셉? 나는 한 회사에 6개월씩만 다니는 컨셉이야. 특이하지?”(웃음) 이런 식으로요.

Q. ‘이래도 되나’ 하는 불안감은 없으셨어요?
새영 있죠, 불안도 공존해요. 어떻게 보면 저만의 정신승리인거죠. 또 제 주변에 잘된 친구들이 많아요. 그 친구들과 비교를 하고 싶지 않아서, 오히려 그 비교군에서 빠져나오려고 이런 생각을 하게 된 것 같아요. 아예 ‘나는 나만의 길을 간다’ 라고 생각하기로 선택한거죠.

Q. 저는 생각이 너무 많아서 괴로운 편인데, 새영님도 물론 고민을 하시겠지만 비교적 자유로우신 것 같아요. 기질적으로 그런 편이신가요?

새영 저도 의외로 생각이 많은데, 생각의 기간이 되게 짧아요. 제가 진짜 좋아하는 게, 무자비한 말로 생각을 끊어버리는 거거든요.

Q. 그게 뭐예요?
새영 이러면 어떡하지, 저러면 어떡하지, 하다가도 그럼 죽어? 아니, 안 죽는데? 그럼 오케이! 아니면 사람 때문에 스트레스받다가도 그 사람이 그렇게 중요해? 결혼할거야? 아니? 그럼 오케이! 이런 식이에요(웃음). 너무 많이 생각하면 힘드니까, 어느 정도 고민하다가 이런 식으로 중간에 싹둑 생각을 잘라버리는 거죠. 그러면 쾌감이 느껴져요.

Q. 신박한데요(웃음). 너무 소모되지 않기 위한 새영님만의 방식인 거네요. 새영님 인생에서는 재미가 중요한 부분인 것 같아요.
새영 너무너무 중요해요. 거의 1순위예요. 그래서 매사에 너무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으려고 애쓰는거고, 늘 환기를 중요하게 생각해요.

Chapter 3.

직무는 달라도, 일은 결국 비슷해요

Q. 실무 경험 없이 어떻게 매번 새로운 직무로 입사하셨는지 궁금해요. 지금 회사에서는 새영님의 어떤 점을 긍정적으로 보셨을까요?

새영 이번에는 중고 신입 전형으로 입사해서, 꼭 퍼포먼스 마케터 경력이 필요한 건 아니었어요. 그리고 다양한 직무를 겪어보니, 어떤 일이든 결국 일의 본질은 똑같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문제를 명확히 정의하고, 이 문제와 관련된 사람들을 모아서, 동기부여를 시키고, 업무를 부순다! 이게 모든 걸 관통하는 맥락인 것 같아요. 그래서 다른 직무를 하면서 겪은 일들이라도, 이 회사에 적용할 수 있는 부분을 뽑아서 얘기할 수 있었어요.

제 생각엔 다양한 일을 했다는 것만으로는 큰 임팩트가 없어요. 그걸 어떤 맥락으로 꿰느냐가 중요하죠. 내 경험들을 나름대로 일관성 있게 해석하고, 나는 이걸 여러 환경에서 해봤다는 걸 어필하는 게 좋을 것 같아요. 각각의 회사에 통할 법한 맥락을 찾아서 A 회사에서는 이 방식으로 꿰어보고, B 회사에서는 저 방식으로 꿰어보는 식으로요.

Q. 그렇게 얘기했을 때 면접관들의 반응은 어땠어요?

새영 지금 회사 상무님께서 제 면접 평가를 ‘대리 같다’ 라고 하셨다더라고요. 사실 대리 정도 연차가 맞았으니까요. 밝히지 않았어도 티가 났나봐요.

Q. 흔히 ‘한 회사에서 3년은 다녀야 된다’, ‘잦은 이직은 면접에서 공격 받기 쉽다’ 하는 얘기들이 많잖아요. 실제로 면접에서 그런 얘기를 들어보신 적 있나요?

새영 네, 갈 때마다 들었어요(웃음).

Q. 그럼 보통 어떻게 대응하세요?

새영 사실 잦은 이직 자체는 대부분 부정적으로 보는게 맞아요. 근데 그걸 방어하려고 내가 먼저 쪼그라들면 오히려 면접을 더 망친다고 생각해요. 제가 인사담당자라고 생각해보면, 저라는 사람 자체가 마음에 들었다면 이직을 다섯 번 했다고 해서 안 뽑을 것 같지 않거든요. 그러니까 그 이유로 탈락한다기보다는 그걸 상쇄할 만큼 제가 마음에 들지 않았던 거라고 생각해요.

의문을 가지시는 부분이 있다면, 면접관 분들은 어차피 다 인생 선배님들이시니까, 솔직하게 말씀드리면 대부분 납득하시더라고요. 초반에는 그런 사소한 질문 하나하나에 되게 멋있는 대답을 해야 될 것 같았는데, 오히려 포장하려고 애쓰기보다 있는 그대로의 나를 잘 설명하는게 더 중요한 것 같아요.

결론은 내 컨셉과 나라는 사람이 마음에 들면, 뽑힐 수 있다!

Chapter 4.

내가 잘 자라는 환경을 찾아서

Q. 처음과 비교했을 때 ‘좋은 직장’이나 ‘좋은 일’에 대한 기준은 어떻게 달라졌나요?
새영 회사를 결정하는 하한선이 생겼어요. 주위에 배울 수 있는 사람들이 많이 있고, 제 기준에 적정한 보상이 있으면 돼요. 그 외에 업무 강도가 세다던지 하는 부분들은 저에게 크게 중요하지 않아요. 정말 작은 회사부터 큰 회사까지 다녀보니까, ‘어딜 가든 비슷하다, 결국 다 장단이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더라고요. 그러다보니 여기는 좋다, 아니다, 판단할 수 있는 내 기준이 생기고, 그게 하한선이 된 것 같아요.

Q. 사람이 변화하려면 계속해서 자신에게 우호적인 환경을 찾아가는게 중요하다는 말을 들은 적 있는데, 새영님한테 어울리는 말인 것 같아요.
새영 저 정말 그래요. 저한테 우호적이고 좋은 환경을 계속 찾아가는 사람이에요. 인간관계에서도 그런데, ‘저 사람 나를 별로 안좋아하는 것 같은데?’ 라는 직감이 되게 빨리 와요. 그럼 바로 그 친구랑 안 놀거든요(웃음).

Q. 일부러 너무 먼 미래까지 생각 안 하시는 것 같다는 생각도 들어요.
새영 그것도 맞지만, 저도 한해 한해 선택이 무거워지고 있긴 해요. 완전히 자유로울 수는 없는 것 같아요. 사회적인 시선 같은 걸 다 무시할 수 있는 초인 같은 사람은 아니어서, 점점 조금씩 타협을 하긴 하죠.

Q. 마지막으로, 만약 한 군데 정착을 해야 할지, 아니면 원하는 대로 다양하게 이직을 해봐도 괜찮을지 조언을 구하는 후배가 있다면, 뭐라고 답하실건가요?
새영 하고 싶은 대로 해! 어차피 네 뜻대로 안 될 거지만(웃음). 원래는 ‘한 번 사는 인생, 다양한 경험 하는 게 좋지 않아?’ 라는 생각이었는데요. 경험하면 할수록 다수가 좋다고 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 싶기도 해요. 근데 저는 세상이 제 예상대로 흘러가지 않았어서, 어차피 목표를 세워도 그렇게 안 될 테니 하고 싶은 대로 하라고 말해주고 싶어요.

두번째 회사 창립기념일에 찍은 기념사진

가볍게 툭툭 걸어가지만, 자신만의 기준은 분명한 사람. 그게 새영님의 전직이 특별하게 느껴졌던 이유입니다. 새영님과 이야기를 나누며 저를 많이 돌아보게 됐어요. 의식적으로 힘을 빼고, 삶에 유쾌함을 더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죠. 일에 대해서도, 너무 비장하거나 무겁게 생각할 필요는 없다고요.

다만 기억해 두면 좋을 것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