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 인생에 내가 가질 수 있는 직업이 하나는 아닐 거야”
인스타툰 ‘납툰’ 작가이기도 한 황나빈님은 어릴 때부터 이런 생각을 했대요. 이 말 그대로, 하얀 캔버스를 자유롭게 색칠하듯 다채로운 커리어를 그려왔습니다.

물리치료사로 후회 없이 8년을 일한 뒤 퇴사하고, 1년 6개월 동안 해보고 싶었던 모든 일에 도전했죠. 캠핑카 업체의 만능 마케터가 되기도, 여행사 사무직으로 일해보기도 하고요. 보건소 방문재활을 하며 새로운 현장을 뛰어보기도 했어요. 이 모든 과정은 성공이나 실패로 구분되지 않았어요. ‘나’라는 사람에 대한 정보값을 모아가는 과정이었죠.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할 때마다, 새로운 문제의식이 보상처럼 찾아왔어요. 그 힌트를 따라 지금은 ‘보험설계사’라는 또 다른 길 위에 서있습니다.

혹시 지금 좋아하는 일도, 하고 싶은 일도 없어서 고민이라면? 나빈님의 이야기에서 다음 선택을 위한 영감을 얻어보세요.

Chapter 1.

‘프로’가 되고 싶었던 물리치료사

Q. 어릴 때부터 만화 그리기를 좋아했다고 하셨는데, 물리치료사라는 직업을 선택하게 된 이유는 무엇이었나요?

나빈  좋아하는 게 일이 되어 버리면 힘들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었어요. 고3 때 만화나 광고를 전공할까 고민도 했지만, 직업의 안정성과 여러가지를 고려해 물리치료학과를 택하게 됐죠. 처음에는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로 입학했는데, 2학년 때 배운 신경과학*이라는 과목이 너무 재밌었어요. 그때부터 이 일에 점점 빠져들었죠. 물리치료학과는 진출할 수 있는 분야가 다양한데, 저는 그 중 신경계*로 정해서 재활치료와 도수치료로 커리어를 쌓게 됐어요.

*신경과학: 뇌·신경의 원리를 통해 마비나 신경 손상이 온 환자의 회복 방법을 배우는 과목
*신경계: 물리치료 종류 중 뇌와 신경이 손상된 환자의 회복을 돕는 재활치료를 주로 하는 분야

나빈  저는 정말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고 싶어서 시작한 거거든요. 제대로 된 보험설계사의 도움이 필요하지 않은 사람은 없으니까요. 진입장벽이 낮은 만큼, 제가 이 일을 하려는 목적과 마음가짐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고 시작했어요. 만약 실적이나 매출 때문에 고객들에게 도움 되지 않는 방향으로 일해야 했다면, 아마 그만뒀을 거예요. 운이 좋게도 지점장님을 포함한 동료들과 가치관이 잘 맞아요. 정말 고객에게 도움이 되는 방향이 뭘지 다 같이 고민하고요. 실적 압박으로부터 자유로운 편이에요.

개인적으로도 일하는 데 있어 돈은 그다지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 편이에요. 스스로 부끄럽지 않게 열심히 하다 보면 돈은 따라온다고 생각하거든요. 물리치료사로 일할 때도 그랬고요.

Q. 업무 만족도는 어떠신가요? 가장 보람이 느껴지는 순간은 언제인지도 궁금해요.

나빈  생각보다 많은 분들이 보험에 대해 잘 몰라서 손해를 보곤 하세요. 설계만 잘해도 훨씬 적은 비용으로 큰 혜택을 받을 수 있는 분들이 많고, 그걸 알려드릴 때 가장 보람을 느껴요. 낭비되던 보험료를 아끼면 추가적인 건강관리에 투자하실 수 있다는 점도 선순환이고요. 물리치료는 이미 아프고 난 뒤에 해드리는 건데, 보험은 아프기 전에 미리 도움을 드릴 수 있다는 점이 좋아서 더 열심히 하게 돼요.

그리고 보험에서 중요한 건 이 사람의 40, 50년 뒤까지 생각해서 설계를 해드려야 하는 건데, 제가 산 세월이 그만큼 길지 않다보니 어려웠어요. 그런데 팀원 분들과 같이 이야기하면서 고객의 생애를 길게 보고, 여러 측면을 고려해 훨씬 좋은 설계를 해드리는 법을 정말 많이 배워요. 그렇게 넓게 볼 수 있는 눈이 생기고, 제가 해줄 수 있는 게 점점 많아지는 걸 느낄 때 너무 좋고 감사해

나빈  할까 말까 고민되고, 잘 안되면 쪽팔릴 것 같은데, 싶은 순간 있잖아요. 그때 눈 딱 감고 급발진해 본 경험들이 제 인생의 경로를 바꾼 적이 많거든요. 대학교 때 학회장 선거에 나갔을 때도, 인스타툰을 시작했을 때도 그랬죠. 그런 경험들이 쌓여 ‘세상은 내가 급발진할 때마다 달라진다’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무언가를 해서 후회한 적보다는, 망설이다가 안 하고 나중에 '그때 할걸' 하는 후회가 더 크게 남더라고요. 일단 해보면 최소한 나는 '해본 사람'이 되지만, 안 하면 아무것도 남지 않으니까요.

나빈  실패해도 될 만큼만 해요. 실패해도 상관없다고 생각하고요. 새로운 일을 경험하고 싶거나, 나를 찾고 싶다면 단기 알바, 계약직 등등 찾아보면 다양한 방법들이 많아요. 꼭 모든 걸 내려놓고 해야하는 건 아니에요. 그리고 막상 해봤는데 별로라면 '나 이런거 안 좋아하네'라는 정보를 알게 되잖아요. 내가 싫어하는게 뭔지 알게 되는 것도 중요한 정보라고 생각해요.

나빈  계속 무언가를 배우고 도전하고 있다 보니, 주변에서 물어보는 사람이 정말 많아요. ‘그 교육은 어땠어?’ ‘그 일은 어떻게 하게 됐어?’ 하는 식으로요. 그럼 저도 생각을 해보게 되거든요. 그때 어떤 생각을 했는지, 뭘 배웠는지. 대답해 주는 과정에서 저도 생각 정리가 되더라고요. 그걸 인스타툰으로 정리해서 올리면서 한번 더 답을 찾게 되고요.

또 하나는, 어떤 마음이 반복적으로 들 때를 잘 살펴보셨으면 해요. 예를 들어 저는 물리치료사를 하면서 사회복지사 공부도 했었는데요. 8년 동안 일하는 사이에 ‘사회복지사 공부해 볼까?’ 하는 생각이 이미 여러 번 들었어요. 그러다 보니 어느 순간, 처음 생각했을 때 시작했으면 이미 몇 년 전에 끝냈겠더라고요. 흘러간 시간이 아깝고요. 시간이 지나도 계속 같은 곳에 내 눈길이나 마음이 가고 있다면, 주목할 만한 신호라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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