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Chapter.1 좋아하는 일을 어디까지 좋아해 봤나요?
  
• Chapter.2 평일은 엔지니어, 주말은 바리스타
  
• Chapter.3 시작은 가벼워도, 과정은 진심이어야 한다
• Chapter.4 두번째 카페 ‘퍼페츄얼’을 열다

Chapter 3.
시작은 가벼워도, 과정은 진심이어야 한다

민석  처음에는 로스터리 카페가 아니었어요. 다른 곳에서 납품을 받다가, 제가 워낙 원두 욕심이 많거든요. 자주 바꾸고 싶고, 다양한 걸 쓰고 싶어 하니, 사장님이 “그럼 직접 해보라”는 제안을 주셨어요. 가볍게 시작했다가, 호되게 혼났죠.

좋은 퀄리티가 나와야 판매를 할 수 있는데, 초보가 로스팅하니 당연히 맛이 안 나오잖아요. 그래서 밤새 로스팅해 보고, 다음날 출근길에 들고 가서 퇴근할 때 친한 카페 사장님들께 피드백 받고. 또 밤에 로스팅하고. 그걸 6개월을 반복했어요.

민석  로스팅 초반엔 제 커피가 너무 맛없게 느껴져서, 손님들께 드리기가 너무 창피한 적도 많았어요. 최소한 제 입에 맛있었다면, 대중성이 없어도 자신 있게 드렸겠죠. 근데 제가 먹었을 때 맛이 없는데, 돈을 낸 손님께 드려야 하니 너무 죄송하더라고요. “어떤 원두가 맛있어요?” 묻는 손님에게 ‘토마토 에이드’ 추천할 때도 있었고요. 손님들 눈을 못 보겠고, 약간 공황장애 수준까지 왔던 시기도 있었어요. 근데 돌이켜보면 그 과정도 다 재밌었던 것 같아요.

민석  알고 보니 지옥길이었죠(웃음). 처음에 카페 오픈을 엄청 말렸던 친구가 있어요. 그 친구가 저한테 이렇게 물었거든요. “너는 커피를 하고 싶은 거야? 아니면 커피를 하는 사람으로 보이고 싶은 거야?”

시간이 지나고 이제야 답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나는 커피를 하고 싶다.” 누가 나를 어떻게 보든 상관없이, 맛있는 커피를 만드는 게 즐겁고, 제가 좋아하는 커피를 사람들에게 보여주고 싶어요.

특히 핸드드립 커피는 비싸고, 시고, 맛없다는 인식이 많잖아요. 근데 이거 한두 번 먹다보면 되게 맛있거든요. 그런 인식을 허물고 장벽을 낮추고 싶어서 가격도 낮게 책정했고요. 돈만 벌려는 거였다면 이렇게까지 진심으론 못 했을 거예요.

Q. 누가 ‘나도 주말만 카페 해볼까?’ 한다면 추천하시겠어요?
민석  그런 질문 정말 많이 받았어요. 그런데 저는 아무리 작은 사업이라도 엄청난 책임감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취미로 시작했어도, 누군가 돈을 지불했을 때는 그 값에 걸맞은 올바른 상품을 제공해야 하잖아요. 그래서 너무 가벼운 마음으로 시작하진 말라고 말씀드려요.

그리고 저는 2년 동안 사실상 개인 시간을 다 포기하고 운영했어요. 그래도 좋았기 때문에 가능했던 일 같아요. 모두가 삶을 포기해야만 사업을 할 수 있는 건 아니지만, 그 정도로 사업 아이템을 사랑하고, 각오가 되어있다면 분명 얻는 것도 많으니 시도해 보시라고 권해드리고 싶습니다.

Chapter 4.
두번째 카페 ‘퍼페츄얼’을 열다

민석  사실 좀 속았어요. 친하게 지내는 카페 사장님이 매장을 3개 하시거든요. 그분이 ‘할 만하다’ 하셔서 시작했는데…(웃음). 

개인적으로는 퇼 커피보다 더 큰 공간에서, 최소 브런치 정도를 함께 해보고 싶었어요. 원래 요리도 좋아하거든요. 로스팅한 원두를 소비할 곳이 필요하기도 했고요. 이 콩 저 콩 다 볶아보고 싶은데, 퇼 커피만으론 다 소비가 안되니까요. 작년에는 다른 카페에 무료로 드리기도 했거든요.

민석  제 유니크함을 잃어버렸다는 거? ‘카페 사장인데, 회사원이래’라는 희소한 타이틀이 아쉽기도 해요. 먼저 얘기한 ‘딴짓’에서 오는 능률이 없어진 것도 좀 아쉽죠. 이제는 생업이 됐으니까요. 뭔가를 선택하고 결정할 때 전에 없던 압박감이 있고, 더 잘해야 된다는 책임감도 커지고요.

민석  일단 지금 운영하는 두 카페의 내실을 다지려고 하고요. 동시에 이제 또 다른 ‘딴짓’을 찾고 싶어서, 요즘은 사진을 찍고 있어요. 메뉴 사진도 직접 찍고, 비공개 계정에 조용히 작업물을 쌓고 있죠. 그래야 카페에서의 능률도 오를 것 같고, 또 카페 경험이 사진에 좋은 영감을 줄 것 같아서요. 잘 키우다보면 또 선순환이 일어날 수 있잖아요.

저는 무슨 일이든 시행착오를 줄이고, 미리 정답을 알고 싶어하는 사람이에요. 그러지 말아야지 다짐해도, 돌다리도 두드려 깨는 성향은 바꾸기 참 어렵더라고요.

그래서 민석님의 대답은 저에게 적잖은 충격이었습니다. 

"실패하면서 배우는걸 좋아한다."

"일단 저지르고 그 후에 방향을 찾는다."

저는 상상하기 힘든 방식을 대수롭지 않게 말하는 사람. 그리고 실제로 그 방식으로 자기 길을 만들어가는 사람을 마주했으니까요. 가볍게 시작해도 충분히 멀리, 깊게 갈 수 있구나. 세상 모든 일에는 하나의 길만 있지 않구나.

혹시 저처럼 늘 '정답'을 찾으려 애쓰는 분들이 계신가요? 그렇다면 민석님의 이야기가, 마음 속 굳은 돌을 툭 하고 뒤집어주었길 바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