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1.

나도 그림으로 살아볼 수 있을까?

채채  정말 일이 없어서 ‘이번 달 월세를 어떻게 내지?’ 싶은 순간들도 있었어요. 그런데 이상하게 꼭 마지막이라고 느껴질 때, 예상치 못한 기회가 툭 떨어지더라고요. 예술인 지원금이 들어온다든지, 출강 일정이 생긴다든지요. 그럴 때마다 ‘이상하게 세상이 나를 완전히 놓진 않네’ 싶었어요.

하지만 결국은 그 기회들도 제가 지독하게 움직인 결과예요. SNS가 활발해지면서 이 분야에 뛰어드시는 분들도 많아졌거든요. 출강 경쟁도 치열해져서, 진짜 별의별 곳에 다 지원했어요. 먼 지방이든, 협회든, 문화센터든 가리지 않고요.

그런 일들이 두세 번 반복되니까 믿음이 조금 생기더라고요. ‘정말 최악의 상황이 오더라도 나는 이겨낼 수 있는 힘이 있다’라는 자신감이요.

채채  거의 2년쯤 걸렸어요. 지옥 같은 시간이었죠(웃음). 일을 시작하고 8개월쯤에 작업실을 열었고, 드로잉 클래스를 시작하면서 조금 안정이 됐어요.

초반에는 작은 일도 마다하지 않고 하다 보니, 그게 조금씩 다음 기회로 이어졌던 것 같아요. 저에겐 ‘탑텐키즈’와의 아동복 콜라보가 가장 큰 전환점이었는데, 두 번째 일러스트 페어에서 명함을 주고받으며 시작된 인연이었어요. 기회는 언제 어디서 올지 모르니까, 계속 움직이고 있는 게 정말 중요하더라고요.

근데 저는 늘 “지금도 지옥이다”라고 말해요. 이 일 자체가 안정적이진 않으니까요. 회사원 친구들이 저를 보면 ‘퇴사 치료’가 된다고 하더라고요. 제가 얼마나 자주 울고 힘들어했는지를 아니까. 결국 가족들과 친구들의 응원 덕분에 버틸 수 있었어요.

채채  수업 들으러 오시는 분들도 작업실 차리고 싶다는 말씀을 많이 하시는데, 저는 “추천드리지 않습니다”라고 해요(웃음). 사실상 1인 기업이에요. 영업도, 협상도, 일정 관리도 모두 혼자 해야 하니까요. 저는 작업이 하고 싶은 사람인데, 정작 그림은 밤이 돼서야 그릴 수 있어요. 그 간극을 좁히기가 아직도 어려워요.

채채  처음엔 모든게 낯설었어요. 외주 일정이 말도 안 되게 촉박하거나, 계약서 없이 진행되는 경우도 있었고, 몇 달 동안 정산을 못 받기도 하고요. 그땐 잘 몰랐고, 일단 경력을 쌓는 게 우선이라 생각해서 대부분 받아들였죠.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이런 걸 계속 받아들이면 내 기준도, 이 일의 가치도 흐려질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때부터는 조금씩 기준을 세우고, 아니다 싶은 건 거절하는 연습을 했어요. 다양한 일을 겪으면서 ‘어디까지가 나에게 괜찮은 선인지’ 알아갔고요. “헤맨 만큼 내 땅이다”라는 표현을 들은 적이 있는데, 저도 그 모든 경험이 결국 제 자산이 된 것 같아요.

웃음도 눈물도 풍부한, 그만큼 씩씩하고 밝게 세상과 부딪히며 길을 만들어가는 채채님과의 대화가 참 즐거웠어요. 사람들이 왜 ‘좋아하는 일’을 하라고 하는지 문득 이해하게 되기도 했고요. 그림 이야기를 하는 채채님에게서는 그야말로 ‘채채’ 캐릭터처럼 밝고 강인한 에너지가 뿜어져 나왔거든요.

잘하는 일이 좋아하는 일이 되기도 하고, 모두가 좋아하는 일을 할 필요는 없지만요. 분명한 건, 좋아하는 일을 할 때 사람은 더 강해진다는 생각이 들어요.

아직은 서툴고 느릴지라도, 좋아하는 일의 작은 씨앗을 뿌리고 틔워내는 중인 여러분의 걸음을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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